티스토리 툴바


I'm not your mother
pic, from noname. 2010/05/17 03:56



2010.05.16.ER. 2010/05/17 01:58
거의 일주일만에 글을 쓴다. 어떻게든 이틀에 한번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무탈하다보니 해탈했나보다. 

공허라는 정말 공허해서 속도 없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욕구불만? 트라우마? 먼들, 다 맞겠지 머. 카우치에 앉아서 할 이야기 도 아니다. 이건 모두 징후로 나타나고, 우린 그 징후 밖에 알지 못한다. 알길 없는 뜻하지 않은 징후에 우리는 이름을 가져다 붙힌다. 공허? 욕구불만? 트라우마? 먼들..

일반적으로, 정말 일반적으로 그 징후들은, 먹거나, 쓰거나, 싸거나. 강박적으로 스스로를 만신창이로 만들 모든 행위들을 찾아낸다. 정말 일반적이게도, 우리는 길가는 아무나 붙잡고 섹스를 하거나, 필요도 없는 값싼 양말들을 뭉텅이로 사거나, 야심한 밤 피자 한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맞다. 그 모두 공허? 욕구불만? 트라우마? 먼들.. 인들. 이름도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이와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고작 샤워가 최대한의 예의가 된 채, 침대에서 뒹굴고, 사정하듯 문밖으로 쫓아낸다. 그제서야 TV를 켜거나 인터넷을 켜고 이 하릴 없는 시간을 온통 자기연민에 쏟는다. 그러다 통닭을 시키던, 피자를 시키던 속에다 꾸역꾸역 쳐넣고 숨도 제대로 못쉬게 되서야. 스스로의 미련함때문에 감사하게 또 몇일을 살아낸다. 

이건 그냥 만성변비다. 공허? 욕구불만? 트라우마? 먼들 나도 너도 알 길 없는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환이라 치자. 사랑 받지 못한 유년시절의 기억이라 치자. 내가 고작 이런 일에 쓰일 재목은 아닌데 나보다 못한 인간들 틈바구니에 섞여 살아야 하는 절망이라고 치자. 먼들 아니겠나. 그렇게 찌꺼기가 쌓인다. 이 보잘것 없는 용량안에 감당못할 구정물들이 쌓였다. 관장이라도 해줘야지. 그렇게 뽑아낸다. 너무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 고맙게도 우리가 망가지는 그 처량한 순간이 너무 보편적이라 감사하다. 당신과 내가 유일하게 인간적인 공감대를 느끼는 순간이다. 

나도 알 길 없다. 당신도 알 길 없을거다. 이름도 모르고 앞으로도 알 길 없는 이와 뒹굴었던, 폭식으로 숨쉬기가 힘든 이 새벽, 멍청하게 후회하지 말자. 처량맞게 자책하지 말자. 응급처치한거다. 모르는 척, 다시 건실한 척, 다시 똑똑한 척 표정을 바꿔놓고, 또 살면 된다. 오늘 밤 우리가 나눴던 기묘한 공감은 당신과 나를 계속해서 모른척하며 살아갈 수 있게 도울거다. 중환자실 옆 침대에 나란히 누웠던 당신과 나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비웃으며 우리는 스스로 응급처치한거다. 어쨋든 일요일이 지나간다. 다행히도 내일은 나 말고 날 괴롭힐 일들이 많을거다. 


2010.05.10. First day of my life. 2010/05/10 01:17

1.
떠들석하게 축하를 받고, 선물도 받다. 육포세트, 스타워즈 레고, 이어폰, 빤쓰, 대형사이즈 러브젤, 콘돔. 다들 요긴하다. 고맙다.

2.
목욕탕 갔다. 수면실에서 눈 붙히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아저씨 몸을 더듬더라. 불쑥 화가 나고, 뿔쑥 측은했다. 그가 손을 뻗기 까지 느꼈을 스스로에 대한 환멸, 두려움이 측은했다. 자는 척, 모르는 척 몸을 뒤척였다. 흠칫 놀라 황망히 자리를 뜨는 초라한 몸뚱이를 보자니 많이 서글펐다. 쩝.

3.
가장 열렬히 사랑했고, 가장 열렬히 존경했고, 가장 열렬히 서로를 지지했던 한때 내 생의 모든것이 었던 사람이 있었다. 잊지 않고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낸다. 지우고 지우고 고치고 고쳐서 결국 보낸 답장은 고마워, 잘지내지? 였던가. 여전히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들린다. 저녁시간에 들리는 "밥먹어"라는 소리. 일요일 이맘때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이빨 닦고 자라던 소리. 아.. 이밤에 웬 청승이 환청이네. 흐.. 

4.
군에서 다쳐본 사람은 안다. 씨발. 속상하다. 꾹꾹 밟고 밟고 밟아서 닫아놔도 불쑥불쑥 고개를 내미는 기억일텐데. 그래서 속이 상한다.

5.
일요일은 일찍 자야겠다. 청승만 한바가지다.


 Prev   1   2   3   4   5   Next